체인지 업 (The Change-Up, 2011)
감독: 데이빗 돕킨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제이슨 베이트먼

간단소개: 아이 셋을 키우는 유부남 변호사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은 절친 미치(라이언 레이놀즈)의 삶을 부러워한다. 싱글에 화려하게 즐기는 생활을 사는 미치와 성공한 변호사 데이브는 서로의 삶에 대해 칭찬을 하다가 '너처럼 살고 싶다'고 바라게 되고, 다음날 정말 영혼이 뒤바뀐 채 깨어난다.
잘 만든 영화, 탄탄한 영화도 좋지만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되는 영화, 해석 자체를 거부하는 영화가 끌리는 때가 있습니다. 대충 만들지는 않았으면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봐도 되는 코미디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찾다가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고 클릭해버렸습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모든 상황이 예측 가능
미치는 싱글에 여자도 많이 만나고 다니고 거리낌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데이브는 부러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쌍둥이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유부남의 입장에서는 한번도 제대로 놀아보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을만도 합니다. 미치와 데이브는 술자리에서 한탄을 하다가, 우연히 서로의 삶이 부럽다는 말을 입밖으로 내게 됩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몸바꾸기 코미디'의 공식을 따라갑니다. 우연히도 영혼이 바뀐 두 주인공이 서로의 삶에 적응하는 방식을 코믹하게 풀어줍니다. 유부남 변호사와 이류배우 싱글남의 몸이 바뀔 때 상상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풀어주는데, 크게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다만 19금 청불이 할 수 있는 소재를 마구 가져옵니다.

섹스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거리낌없이 나오고 배우들도 노출을 아낌없이 합니다. 서로의 어색한 삶, 특히 성적인 에피소드들이 웃기기는 한데 야하기보다는 '에으... 왜저럴까'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정통 미국식 화장실 똥개그가 많이 나오거든요. 그냥 말이나 소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식이 많아서 식사하시면서 보는 것으로는 비추입니다.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던 두 주인공은 바뀐 인생을 경험하고 갈등도 겪고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자의에 의해서 달라진 삶에서 노력하게 되고, 성취감과 보람을 경험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하나도 튀는 것 없이 흘러갑니다. 나쁘게 말하면 새로울 것 없이 어디서 본 것 같지만, 극단적인 망작들도 많이 보다보니 이렇게 걸림돌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본은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듯이, 바뀐 삶을 살던 두 주인공은 자신의 원래 사는 삶을 진정으로 다시 바라게 되고 이러쿵저러쿵 우당탕탕 끝에 원래 모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서 부담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 배우보는 재미, 연기 보는 재미
이 영화를 클릭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라이언 레이놀즈였습니다. 허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도 선정된 적이 있었죠. 정말 매력있는 배우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2011년은 라이언 레이놀즈 인생에 기억될 해입니다. 바로 그 영화, 그린랜턴이 개봉한 해가 2011년입니다. 그린랜턴과 같은 해에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해서 더욱 봐야만 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하는 미치는 생각없고 껄렁한 양아치 캐릭터입니다. '네 아들 다운증후군 같은데' 같이 심한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벌대는데 진지하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영화라고 해도 비호감이 극에 달할것입니다. 하지만 잘생긴 얼굴로 이 모든 비호감을 커버친단 말이이죠.
그런데 이런 이미지가 원래 그런 것인지 그린랜턴에서도, 데드풀에서도 연기가 다 비슷하긴 합니다. 아무리 진지한 얼굴로 심각한 대사를 하고 있어도 금방 떠벌거리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농을 던질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몸이 바뀐 상태에서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캐릭터를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이 연기합니다. 이 아저씨도 정말 평범한 유부남 캐릭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가입니다. (이런 캐릭터로 쭉 가는 것도 대단하네요)
피구의 제왕, 핸콕 등 알만한 영화에서 평범남(;)을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의 영혼이 들어간 연기를 하는데, 라이언의 말버릇이나 행동의 디테일을 굉장히 잘 잡아냅니다. 남녀가 바뀐 것도 아니고 나이대도 비슷한 백인 남성 둘이 바뀐 상황이라서 둘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현이 힘들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부남의 영혼이 들어간 라이언 레이놀즈는 보다보면 자꾸 원래 수다스러운 모습이 튀어나오는데, 싱글남의 영혼이 들어간 제이슨 베이트먼은 굉장히 연기를 잘하시더라구요.

데이브의 직장후배로 올리비아 와일드가 나옵니다. 역시나 미치의 얼굴에 홀딱 반하네요, 미치도 마찬가지구요. 잘생긴 남자여자 둘이 아주 합이 잘 맞네요.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추천은 못하겠습니다만, 불량식품 젤리곰 먹듯 보면 괜찮을 영화입니다. 일단 구독하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덕을 본 영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