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콜 잇 러브 (L'etudiante, 1988)
감독: 클로드 피노토
주연: 소피 마르소, 벵상 링던

간단소개: 파리에서 대학 교수가 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발렌틴은 음악가 에두아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화려하고 짜릿한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둘은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기도 한다. 에두아르는 음악가로서 녹음과 창작에 매진하고, 발렌틴은 시험 준비에 힘들어한다.
IPTV와 OTT서비스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추천작품은 넓은 영화의 바다라는 세계에서는 정말 좁은 편이죠. 취향에는 맞지만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기회는 케이블TV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무심코 TV를 틀었다가 '유 콜 잇 러브'를 봤습니다. 그 시절 소피 마르소는 정말 '지구뿌셔'였네요.

<TMI> 이 영화, 신기하게도 만들어졌을 때 미국에서 개봉 기록이 없습니다. 그래서 로튼 토마토도, 메타크리틱도 별 정보가 없네요.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스포주의)
| 소피 마르소!!
소피 마르소는 1980년에 클로드 피노토 감독의 라붐으로 데뷔를 하였습니다. 클럽에서 'Reality'들려주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죠. 이 영화는 2편까지 만들어졌고, 소피 마르소를 대스타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감독과 새로 작업하여 만들어진 영화가 '유 콜 잇 러브'입니다.

대학 교수시험을 준비하던 발렌틴은 스키장에서 음악가 에두아르를 만나게 됩니다. 첫 데이트에서 둘은 서로에게
폭 빠지게 되죠.
영화는 라붐과는 다릅니다. 이 영화 19금입니다. 라붐이 개봉할 때 소미파르소는 15살이었으니 미성년자였고, 유 콜 잇 러브는 1988년이니 소피 마르소가 23살입니다. 성인이 되어 데뷔작 감독을 다시 만나 작업을 한 것이라서 확실히 연령대; 에 맞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성적 대상화는 지양해야 하지만, 이 영화는 소피 마르소의 이성에 대해 어필하는 매력에 어느정도 의지합니다. 사실, 멋진 이성에 끌리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감정이잖아요. 영화도 이것을 감추지는 않는데요, 원제는 'L'etudiante' 여학생
이라는 뜻입니다. 발렌틴은 학생보다는 선생에 가까운데도, 영화 전체가 그녀의 매력을 비추고 있다는 것이지요.
발렌틴과 에두아르는 첫 데이트에서 서로의 관심사, 특히나 문학과 예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발렌틴도 에두아르가 마음에 들었는지 밤을 같이 지낼 준비를 하고 첫 데이트에 나옵니다.
첫 만남을 준비하면서 칫솔을 챙긴다던가, 일찍와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식당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발렌틴의 모습은 사랑스럽습니다.
둘은 데이트를 하고 차에서 첫키스를 하는데요, 이 때 발렌틴이 다가가다가 몸을 반대로 돌려서(뒤집은 상태로) 키스를 합니다. 와, 보다가 소리질렀어요. 제가 보는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입니다. 어른들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확실히 보였습니다.

둘이 밤을 같이 보내고 노출장면도 있습니다. 그냥 대충 한다거나 대역을 쓰는 티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프랑스가 이런 건 또 대충 넘기지 않는 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이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도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발렌틴은 교수가 되려고 공부를 합니다. 생활비를 벌기위해서 가르치는 일도 하면서 각종 언어와 문학을 공부하는데요, 늘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데이트를 하러 가는 중간에도 틈틈히 책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영화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한 페이지씩 넘기며 보여줍니다.
| 질릴 수가 없는 사랑이야기
발렌틴과 에두아르의 사랑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멀리 있으면 직접 통화를 하는 방법은 집전화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속의 두 연인은 지금같으면 문자메시지 한번이면 됐겠지만 그런 기술이 없던 시절이어서 보고싶다고 한마디 전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밤을 새워서 전화를 붙들고 서로 목소리를 듣고 아주 가끔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간절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일로 인해서 흔치 않은 만날 기회를 갖게 된 둘의 기대감, 그런 마음을 흐트려뜨리는 실수와 오해의 모습들이 하나씩 보입니다. 내가 먼저 연락해야 되고 나는 상대방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 같고 서로의 이성관계가 나에게 집중되지 않는 것 같아서 불만이 쌓이는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갈등은 결국 크게 폭발하고 맙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간절하게 지내다가 갈등도 생기고 틀어지는 과정들은 어느 세대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유 콜 잇 러브 또한 비슷한 모습들을 보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옛날 이라서 조금 더 불편했다는 것 뿐이겠지요. 누구나 경험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공감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이성적인 끌림, 호감
그리고 그걸 상대방도 나에게 함께 갖고 있다는 확신에서 오는 희열과 안도감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바라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반대로 사랑을 서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이 식어감을 느끼거나, 나에게 상처를 줄 때 느끼는
아픔과 미움도 있지요. 더 좋은 모습으로 서로 보여주고 싶은데 상대방 또한 사람이라서 혼자만 다른 모습을 볼 때의 질투심같은 감정 또한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입니다.

에두아르와 크게 싸운 발렌틴은 그와의 감정도 다 추스르지 못한 채로 대학 교수 시험을 보러 갑니다. 교수 시험에는 사랑을 다룬 희곡이 문제로 나옵니다. 모두가 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몇백년 전의 작품이건, 몇십년전의 영화에서도 사랑을 둘러싼 많은 감정들은 인간 모두의 진지한 관심사로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발렌틴은 구술시험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고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소피 마르소의 조각같은 미모를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때의 소피마르소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아름다운 외모에 모두가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담아 만들었기에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