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인 스타일 (Going in Style, 2017)
감독: 잭 브래프
주연: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알란 아르킨
서비스: 넷플릭스
간단소개: 은퇴하고 연금을 타면서 쉬어야할 나이의 친구들 윌리, 조, 앨버트는 자신들이 일했던 회사가 팔리면서 연금을 받지 못할 처지가 된다. 은행 대출때문에 집이 넘어갈 처지인 조는, 친구들을 설득해서 은행을 털 계획을 세운다.
범죄영화 중에서도 하이스트 무비, 케이퍼 무비는 하위 장르인데 비슷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전적 의미는 범죄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강탈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영화. 라고 하는데요, 하이스트 무비와 케이퍼 무비를 동의어로 말하고 있습니다. 강도, 약탈, 범죄라는 면에서는 똑같은 뜻이지만, 굳이 나누어본다면 분위기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하이스트 무비는 물건을 훔치는 분위기가 밝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물건을 훔치고, 강도보다는 기가막힌 계획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도구를 이용하는 작전을 통해 물건을 가져오는 절도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케이퍼 무비는 하이스트 무비에 어두움을 조금 더한 느낌이랄까요. 실패하면 절대 안되는 간절함과 처절함, 그때문에 폭력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절박함이 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다 뇌피셜이구요, 다들 섞어 쓰긴 합니다.
'고잉 인 스타일'은 은행털이라는 소재에 대배우 형님들의 중후함을 더해 만든 무겁지 않은 하이스트 영화입니다.
제작비: 2천 5백만 달러
미국수익: 4천 5백만 달러
세계수익: 8천 5백만 달러
투자에 비하면 아주 알차게 벌었네요.
<TMI>
고잉 인 스타일 영화는 1979년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작입니다.
| 기본에 충실한(무난한) 하이스트 영화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할아버지들이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영화는 하이스트물의 기본을 착살히 다집니다. 청춘을 다 바쳐 일한 직장에서 그만두고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는 형님들에게, 회사가 은행에 팔리고 연금은 지급이 중지된다는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조(마이클 케인)은 수입도 끊긴 데다가 주택담보대출의 은행금리가 난데없이 올라가는 바람에 집마저 압류를 당할 처지에 놓입니다. 친구인 윌리(모건 프리먼)은 돈이 없어서 손녀를 보러가지 못하는 처지도 원망스러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몸까지 아파서 병원비가 필요해지고요.
조는 연금을 뺏어가고 집에까지 빨간 딱지를 붙이려는 은행의 돈을 털려는 마음을 먹고, 친구인 윌리와 앨(알란 아르킨)까지 꼬드겨 자신들의 원래 받았어야 하는 돈을 은행에서 빼앗아 오기로 계획합니다.
하이스트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을 악날한 사람으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르긴 하지만, 관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보게 하려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연을 부여해야만 하죠. 특히 헐리우드 영화는 이렇게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게 피해가는 거는 세계 최고로 잘합니다. 세 어르신들은 은행과 회사, 돈많은 놈들이 지급을 거부한 자신들의 연금, 딱 그만큼만 털어오기로 마음먹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게 밑바탕을 깔아놓았으니, 관절염에 통풍, 대상포진까지 있는 은행강도단 어르신들은 프로를 초청해서 능력을 단련합니다.
| 대배우들의 쿨함
대배우 마이클 케인의 멋진 대사처리와 여유있는 연기는 보고 있으면 감동적이죠. 특히 할아버지임에도 전혀 몸이 망가지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도 수트를 입고 나오시는 모습을 보면 자신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멋있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모건 프리먼의 연기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여유로움과 익살이 있습니다. 마이클 케인이 꽉 짜여진 듯한 단단함이라면, 모건 프리먼은 '안되면 말지 뭐'의 느낌으로 여유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윌리 역의 모건 프리먼은 극에서 쉬어갈 타이밍, 웃음을 지어야 할 타이밍을 조절해줍니다. 특히 당황하거나 불만이 있는 표정이 상당히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앨 역할의 알란 아르킨 형님의 승질내는 연기도 좋지요. 영화는 이 세분들의 쿨함을 많이 강조해서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고 웃음도 유도하는데요, 알란 아르킨 형님의 독한 분위기와 모건 프리먼님의 유한 분위기가 조화롭게 작용합니다. 신장 이식을 해야 되는데, 인터넷으로 살수 있냐고 묻는 대사처럼, 조급하고 심각함보다는 의연하고 유한 분위기의 코미디를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여유로은 한탕을 보여주지만, 그닥 짜임새가 좋지는 않습니다. 어르신들의 전통 스쿠터를 타고 도망치고, 마트에서 훔친 밀가루로 쫓아오는 경찰을 따돌린다는 식의 억지 웃음도 있습니다.
은행강도를 강행하는 멤버들이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위기상황을 많이 나타낼 수 있었을 법도 한데, 그닥 아슬아슬하다거나 위험한 고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흐름은, 자칫 잘못하면 단순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퇴장할 때까지는 현역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긍정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배우들, 나아가서 늙어가는 사람들 전부를 긍정하고 싶은 바람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 할아버지들은 서로를 '젊은이'(young man)이라고 자주 부릅니다. 심지어 손녀도 할아버지한테 이런 호칭을 사용합니다. 이들은 서로 늙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고, 이를 부정할 생각도 없습니다.
앞으로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을 이야기할 때도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확실하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죠. 그럼에도 서로를 이렇게 불러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나 또한 늙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고잉 인 스타일'은시간의 흐름을 피할 수가 없으니, 마지막 순간까지 젊은이로 살고 싶다는 모두의 공감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누구나 마지막 날까지 살아있는 것이고, 살아 있으면 젊은 것이죠. 먹고싶은 것을 먹고, 보고싶은 사람을 보는 욕심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쌩쌩한 형님들의 영화를 많이 보고 싶네요.
<TMI 2>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님, 크리스토퍼 로이드 형님도 나오셔서 신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하십니다. 정말 반갑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