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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니티 (영화, 2019): 치정극 스릴러의 옷을 걸치고 깊은 비밀을 간직한 반전영화

아뇨, 뚱인데요 2021. 5. 16.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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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니티 (Serenity, 2019)
감독: 스티븐 나이트
주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서비스: WAVVE

평안, 평온이라는 뜻의 제목입니다.

간단소개: 촌구석 섬에서 낙싯배를 운영하는 딜에게는 과거의 상처가 있다. 자존심때문에 벌이도 시원치 않은 그에게, 전부인인 카렌이 찾아와서 현재의 남편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엄청난 돈과 친아들과의 관계에 흔들리던 딜은 카렌의 부탁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배우따라 봤습니다. 엄청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0.5 + 0.5 = 1 이라는 심정으로 매튜 매커니히와 앤 해서웨이 주연이라 클릭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연기력으로는 나무랄 곳이 없으니까요. 영화는, 화면도 멋있고 감정적으로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야기에서 크게 흔들리는 영화였네요.

ㅎㅎㅎ 왜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아직 최악은 아닙니다.

제작비: 2천 5백만 달러
미국수익: 8백만 달러
세계수익: 1천 4백만 달러


이게 무슨일인가요, 주연배우들 몸값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인 것 같습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반전과 결말이 매우 중요해서 모두 언급될 예정입니다. (스포주의!!)

<TMI>
영화 속 아름다운 바다는 촬영지, 모리셔스입니다.

<TMI 2>
이야기가 펼쳐지는 폴리모스 섬의 지도의 폰트는 게임 GTA속 지도의 폰트와 똑같다고 합니다.

| 억만장자, 그의 부인, 그리고 그녀의 전남편


영화는 하드한 스릴러, 치정극의 수순으로 진행됩니다. 플리머스 섬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딜은 자신만의 고집이 강한 선장입니다. 자기 배에 손님이 있건 말건 자기가 쫓던 큰 참치를 낚으려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앞일은 생각않고 자기의 목적을 쫓는 선장 딜

속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주위 친구들도 밀어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중에 돈도 없고, 당장 배를 출항시킬 기름값도 대기 힘든 상황입니다.

매튜 매커니히는 자존심 강한 딜을 수준급으로 연기해냅니다. 딜은 자존심 세고, 정신머리까지 없고 사리분별이 안되지만 고집만큼은 살아있습니다. 피곤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와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길을 굽히지 않으려 노력하는 주인공을 잘 표현한다고 느꼈습니다.

남은건 자존심뿐인 얼굴

점차 구석으로 몰리는 딜에게 어느날 이혼한 부인인 카렌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새로 결혼한 남편에게 심한 폭력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돈은 많지만 변태에 패악질을 일삼는 남편이 딜과 카렌의 아들인 패트릭에게까지 위협하고 있어서, 카렌은 벼랑끝에 몰린 심정으로 딜을 찾아와서 남편을 죽여달라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딜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는 카렌

카렌 역의 앤 해서웨이 또한 위험한 계획을 딜에게 갖고오는 '팜므 파탈'을 잘 연기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녀는 정신 쇠약이 느껴질 정도로 학대당하는 아내를 연기하는데요, 절박한 상황과 고통, 공포를 느낄 수 있는 표정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를 잘 한다고 느낀적은 없었는데요, 이번 영화에서는 감정을 상당히 잘 전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습니다.

딜은 결국 카렌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아들인 패트릭을 구하려고 합니다. 돈까지 두둑하게 벌 생각으로 카렌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물고기 탐지 기계를 팔러 왔다는 직원이 딜을 찾아오면서 딜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진실이 흔들리게 됩니다.

| 내가 살던 세계의 비밀


딜은 밤중에 찾아온 손님으로부터 물고기 낚시에 전념하고, '그 남자'를 죽이지 말 것을 부탁받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딜은 하나씩 생각을 조합하여 진실을 알아냅니다. 그가 살던 세계, 그가 세계라고 믿는 공간은 디지털, 게임,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였습니다.

알아낸 비밀은 딜을 송투리째 뒤집어 놓습니다.

게임 안에서 딜은 낚시를 하는 캐릭터였는데, 게임의 개발자가 '그 남자'를 만들어서 죽이도록 코드를 짜넣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다른 코드들은 그를 죽이지 않고 기존의 목적을 실행하려는 것이었죠.

영화에서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 주인공이 알고 있는 세계가 일반적인 세계가 아니라 비밀을 감추고 있는 세상이었다는, '세상의 진실' 류의 영화는 많이 있었습니다. '13층'이라던가 '매트릭스'도 이런 종류의 영화라고 할 수 있지요.

큰 충격이었던, 13층

새레니티는 주인공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알고보니 게임 속 세상이었다는 반전을 터뜨림과 동시에, 게임의 개발자와 주인공의 관계이야기로 반걸음을 더 나아가려 합니다.

게임의 주인공 딜의 모델은 개발자 '패트릭'의 돌아가신 친아버지였습니다. 패트릭은 실제로도 새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죠.

개차판 새아버지 프랭크

게임 속의 아버지, 게임을 만듦으로서 자신의 삶을 구하려 한 아들. 그들이 속한 세상은 다르지만 파란 바다를 매개체로
부자관계를 인지하며 연결되어 있었고, 자신을 구원하고 아들/아버지를 구하려 합니다.


아들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마음, 스스로를 구하고 아버지와 연결되려는 아들의 감정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 이야기의 U턴을 따라가지 못한 완결성


'세레니티'는 중반까지 치정극, 스릴러의 분위기를 타고 진행되다가 딜의 세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극의 중심되는 이야기가 급변합니다. 그 급변이 관객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효과적으로 되었느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바뀌려는 최소한의 개연성조차 이해하려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한방에 싹 다 바뀌는 후반

세상의 비밀을 밝히기에 앞서 사건에 복선을 깔아주는게 없습니다. '아 저래서 저런 행동, 대사를 앞에서 한 것이었구나'
라고 느껴야 하는데, 그런 걸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난데 없이 반전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이해를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와 짜임새에서는 흠이 많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포스터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의 힌트조차 주지 않고 남녀간의 관계를 남은 스릴러처럼 그려놓았으니, 뜻밖의 반전에 관객들이 화를 낸 것 같았습니다.

모리셔스의 풍경은 멋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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