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싸이드 킹 (Suicide Kings, 1997)
감독: 피터 오팰런
주연: 크리스토퍼 월켄, 자니 갈렉키
서비스: 시리즈온
간단소개: 나이 지긋한 마피아의 보스 찰리는 어느 밤 새파랗게 어린 친구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브렛과 네 친구들은 에이버리의 여동생이 납치를 당하자 몸값과 인질교환을 위해서 찰리를 납치해버린 것이었다. 부상까지 입은 찰리는 살아남기 위해 풋내기 납치범들과 머리싸움을 시작한다.
옛 기억에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영화 제목이 무엇인지도 있고 대충의 이야기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영화를 검색해보다가 크리스토퍼 월켄의 사진을 보고서 제대로 찾아나섰습니다. IPTV, OTT서비스가 발전하니까 이렇게 오래된 영화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점은 정말 좋네요.
제작비: 5백만 달러
미국수익: 1백 7십만 달러
세계수익: 미집계
대배우께서 활약한 것 치고는 상당히 서운한 결과입니다.
글에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스포주의!!)
<TMI>
영화 속에서 로노가 자기 아버지와 관련되서 혼자 하는 이야기는 전부 배우의 즉흥연기였다고 합니다.
<TMI 2>
영화의 제목인 'Suicide kings'은 포커에서 하트 킹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트 킹은 칼을 머리 뒷편으로 들고 있는데요, 이 그림이 꼭 자기 머리에 칼을 찌른 것 같은 모양이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 똑똑하고 효과적인 위기설정
마피아 보스 찰리는 여느날처럼 호텔에서 한잔 하려는 와중이었습니다. 젊은 애송이들과 어쩌다 엮이게 되어 오래간만에 젊은 기운을 좀 받나 싶었는데, 이 친구들이 찰리를 납치해서 감금합니다.
납치범 젊은이들은 찰리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납치범 중 한명인 에이버리의 동생을 구해내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에이버리의 동생 엘리스는 다른 납치범들에게 유괴된 상황이었고, 에어버리는 동생의 몸값 2백만 달러를 요구받고 있었습니다. 풋내기 납치범들은 운빨과 우연을 총동원하여 찰리를 납치하는데까지는 성공합니다. 본격적인 게임은 이제부터였습니다.
찰리가 납치된 상황에서 영화는 몇가지 설정을 기가 막히게 적용하여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납치범들은 에어버리의 여동생이 어떤 짓을 당하던 찰리에게 똑같이 해주고 있었습니다. 납치되었던 찰리는 깨어보니 손가락 하나를 잘린 상태였던 것입니다. 당황스러움과 분노와 고통까지 다양한 감정이 한꺼번에 찰리를 덮칩니다. 이런걸 표현하는 크리스토퍼 월컨의 표정이 참 대단하죠.
영화는 전적으로 크리스토퍼 월켄의 카리스마에 의존합니다. 믿고 있다고 하는 편이 자연스럽겠네요. '분노의 핑퐁'같은 말도 안되는 작품에서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에까지 출연하는 작품의 폭이 이렇게 엄청난 배우도 드물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월큰은 그만큼 여유있고, 관록이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찰리는 지병이 있어서 상처로부터 나오는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묶여있는 상태로 피를 흘리는 마피아 보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감이 없어 보이는 젊은 도련님들. 찰리에게도, 관객에게도, 납치범들에게도 진지한 위기상황과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면서, 영화는 발칙한 상황으로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 조여오는 위기, 능숙한 심리전
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는 몇번 안되는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풋내기 납치범들의 머리 위에 올라서려고 합니다.
여동생의 납치범을 찾아내고, 몸값을 준비하도록 지시하면서 찰리는 행동대장인 로노에게 자신을 찾아내도록 합니다. 그와중에, 여동생 납치 사건이 내부자들의 공모가 있다는 결정적 정보까지 확보합니다.
그리고 찰리는 납치범들을 본격적으로 구워삶기 시작하죠. 우선, 위엄을 잃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도움을 주면서
신뢰를 쌓습니다.
그리고선 가장 약한 고리에 불신의 씨앗을 슬쩍 심습니다. 납치 사건에 끌려오고 제일 소심한 아이라에게 내부자 정보를 흘리고선 반응을 치밀하게 관찰합니다.
납치범들의 불신이 무르익을때쯤, 찰리는 포커를 치자고 제안합니다. 이 친구들의 자신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다고 생각할 때쯤, 찰리는 멤버들의 심리를 부수고 들어가서 서로간의 불신과 의심을 수면위로 드러내어 배신자를 찾아내게 합니다.
때마침 찰리를 찾던 행동대장 로노가 도착하면서, 위험은 정리되고 찰리는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납치상황을 끝내버립니다.
| 뿌려놓은 수많은 떡밥 중 골라잡은 엔딩
찰리의 납치상황은 끝났지만 '여동생 납치사건'은 아직 진행중이었습니다. 찰리의 납치는 탄탄한 심리전을 바탕으로한 스릴러로 잘 마무리 되었고, 이중납치사건의 진실은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영화는 제작당시 여러 버전의 엔딩을 만들어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버전을 편집해서 상영했다고 하네요. 등장인물들의 후반 대사를 보면, 여러 인물들에게 반전의 떡밥을 던지는 모습이 많이 포착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제일 반응이 좋은 엔딩이라고 만든 마지막 반전이 오히려 사족같이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납치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정말 흐름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섯명의 풋내기 납치범들과 피흘리는 마피아 보스의 심리전에만 제대로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