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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스 레거시 (드라마, 2021): 진지하고 단단하게 틀을 다진 넷플릭스 신작 히어로 스토리

아뇨, 뚱인데요 2021. 5. 14.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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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스 레거시 (Jupiter's Legacy, 2021): 
연출: 스티븐 드나이트
주연: 조쉬 더하멜, 밴 대니얼스, 엘레나 캠푸리스
서비스: 넷플릭스 (1시즌, 8부작)

 

폼잡는 와중에 딴짓하는 클로이

간단소개: 슈퍼히어로들의 활약이 익숙한 세상, 히어로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슈퍼히어로 집단 유니언의 리더인 유토피안은 처음 각성한 히어로중 한명으로, 자식들과의 갈등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슈퍼 빌런 블랙스타와의 전투 중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견되고,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2021년 신작드라마입니다. 동명의 원작 만화(그래픽 노블)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구요, 현재 8편으로 시즌 1이 끝났습니다. 형형색색의 쫄쫄이를 입은 슈퍼히어로가 가족 단위로 나오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보기는 했는데, 감상과 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드라마였습니다.

 

이렇게 ㅎㅎㅎㅎ 극단적으로 갈리면;;;
클로이 팬들이 점수 준 것 같습니다.

| 히어로가 일상에 섞인 세상


 쥬피터스 레거시의 세상은 슈퍼 히어로들이 날아다니는 세상입니다.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힘도 세면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소대 단위로 팀을 짤 정도로 많습니다. 사람들도 이미 이들이 특수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기자회견도 하고, 가면을 쓰지도 않습니다.

 그 중 가장 강한 영웅이면서 지구에 등장한 영웅 1세대인 셸든/유토피안은 마찬가지로 히어로인 그레이스/레이디 리버티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었습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브랜든과 클로이도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영화 핸콕이나 엠브렐라 아카데미가 생각나는 배경입니다.

 

브레인웨이브와 유토피안, 형제입니다.

 드라마는 초능력자인 셸든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이야기의 한 쪽에는 현재 나이든 셸든과 그의 가족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초능력을 얻기 전 젊은 셸든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집니다. 일단 능력자들의 이야기이고, 화려한 의상으로 미루어보아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린 것은 아닌데, 상당히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전부 초능력자들

 

| 한 면만 보여주지 않은 입체적 이야기


 셸든을 비롯한 초능력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복장도 요즘 트렌드인 과하게 튀지 않게 세련된 모습으로 재단된 옷을 거부합니다. 마블에서 캡틴 아메리카나 팔콘의 원작 만화에서 볼 법한 원색의 깔맞춤 복장을 보여주죠.

 

원작 만화와 같은 느낌의 화려한 색깔입니다.

 그런데 원색의 옷을입고 보여지는 장면은 살벌하기 그지없습니다. 첫 액션장면에서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선을 긋는 것 같습니다.


 슈퍼빌런의 감옥에서 악당 블랙스타가 탈출하자 히어로 부대가 출동하여 그를 제압하려 전투를 벌입니다. 각종 특수능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영웅들이 참혹하게 희생되는 장면이 여과없이 나옵니다. 그 와중에 셸든의 아들인 브랜든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블랙스타를 끔살해버리고 말죠.


 곳곳에 마블과 DC영화들의 오마주를 넣으면서도 말랑하고 피한방을 안 나오는 여타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른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느낌과 강하다는 인상을 잘 받았습니다.

 

액션장면은 멋있지만 결과는 처참합니다.

 그렇다면, 능력자들이 악당을 부수는 이야기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드라마에서는 틈틈히 특수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긴 합니다. 시간을 느리가 가게 하는 친구도 있고, 순간이동을 시키는 능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어디까지나 배경이나 도구로 쓰일 뿐, 거대한 악당이 등장하거나 주인공들의 다양한 능력을 화려하게 사용하는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맛보기만 살짝 보여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대신 인물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갈등을 합니다. 셸든은 자기는 늙어가는데 아들과 딸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아들 브랜든은 영웅으로서 힘도 모자르다고 느끼고 그마저도 아버지의 규칙대로만 따라야 해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셸든의 딸 클로이는 영웅짓 자체도 싫고 능력도 쓰기 싫고 상관없이 살고 싶어할 뿐입니다.

 

능력은 쎈데 영웅에 관심없는 클로이. 모델일 합니다.

 영웅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속을 깔 수록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멋진 이야기 흐름으로 관객을 사로잡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 느린 이야기에 갈피를 못잡은 캐릭터들


 드라마는 1930년대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능력을 얻기 전 셸든이 계시를 받고 헤메는 이야기와 함께, 현재에서는 히어로들을 덮쳐오는 음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어로들을 위협하던 블랙스타는 원래 블랙스타를 따라한 클론이었습니다.

 

원조 블랙스타는 얌전히 갇혀 있었습니다. (억울)

 블랙스타의 클론을 조사하다가 발견된 증거물들은 셸든의 과거의 행적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히어로들의 탄생과 실종된 영웅들의 과거 이야기까지, 현재의 위협을 과거에서 풀어나가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되었습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사라진 스카이폭스

 초능력을 가진 영웅들의 탄생과 갈등을 둘러싼 음모는 솔깃한 이야기입니다만, 흐름이 너무 느리고 단순합니다. 40분 정도의 드라마 8회, 시즌 1개가 끝나는 동안 시즌을 관통하는 이야기 줄기가 없습니다. 시즌 1 단독으로도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기승전결 중에 거대한 '기' 하나만 떼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뭘 좀 시원하게 까줘요!

 회차가 끝날 때마다 떡밥을 던져서 궁금하게 하는 솜씨는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편에서는 몸통이 되는 이야기가 없이 음산한 분위기로 음모가 있는 척만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호감이 가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미 리뷰들에서 보이고 있는데요, 주인공급인 셸든이 거의 꼰대 대마왕 수준으로 답답하고 고집불통의 면모만 보여주고 있죠.

 

과거에 큰 상처를 받은듯한 셸든

 쥬피터스 레거시는 전체적으로 큰 판을 다지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기초를 깔아놓는데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궁금해서라도 볼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즌에서는 제발 시원하게 팍팍 이야기 진도 뺐으면 좋겠습니다. 클로이도 활약 좀 제대로 시켜주고요.

 

일단 강한 임팩트는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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