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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끝장 나는 날 (영화, 2013): 의식의 흐름따라 가는 아득한 코미디

아뇨, 뚱인데요 2021. 6. 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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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끝장 나는 날 (The World's End, 2013)
감독: 에드가 라이트
주연: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 마틴 프리먼
서비스: 넷플릭스

 

이 지구를 끝내려 왔다.

줄거리: 영국의 뉴턴헤이븐 출신의 게리와 친구들은 어렷을 적 한가락 놀던 패거리이다. 동네 12개의 술집을 하룻밤에 돌던 도전을 하다가 실패했던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는 20년이 흘러 다들 아저씨가 됐다. 어느 날, 게리는 친구들을 꼬드겨 고향동네에서 다시한번 12개의 술집을 순례하는 도전을 마무리하자고 한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연출했던 에드가 라이트감독의 2013년 작품입니다. 현재 헐리우드 감독 중, 작품의 수나 제작비같은 숫자적인 면에 비해서 가장 강력한 이름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대는 각본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지요. 골때리는 영화일 것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제 예상따위는 저만치 뛰어넘는 대작이었습니다.

 

아니?? 다들 뭐에 홀리셨어요?
평론가들의 허세가 좀 들어간 듯합니다.

제작비: 2천만 달러
미국수익: 2천 6백만 달러
세계수익: 4천 6백만 달러


감독의 이름값 치고는 조금 아쉬운 성적이네요.

<TMI>
 친구들이 방문하는 첫 두 술집의 바텐더는 서로 사촌입니다. 왕래가 없다가, 영화캐스팅 되고 나서 서로 같은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TMI 2>
 샘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는 영화 촬영일정에 임신중이었기 때문에, 배역을 맡지 못할 뻔했습니다. 그녀의 출산일정에 맞추어서 촬영을 조정해서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 폭이 정말 넓으신 분

| 청춘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


 게리는 과거 잘나갔던 시절을 잊지 못해서 친구들을 다시 불러모읍니다. 세상이 모두 자기 것만 같았고, 무엇이든 내가 하면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젊은 시절에 게리와 친구들은 객기와 광기를 섞어서 술집 순례를 다녔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20년이 흘러 다들 아저씨가 되어버린 어느 날, 게리는 온갖 민폐와 거짓말을 총동원해서 친구들을 다시 불러모아 12개의 술집을 하룻밤만에 도는 순례길을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게리 (사이먼 페그)의 꼬임에 빠진 친구들

 게리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젊음의 로망,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현실에 찌들어서 회사와 집을 왔다갔다하는 틀에 박힌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동경과 부러움을 갖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갈때까지 가보자, 하고 놀아본 경험이 없다보니, 잘 놀았던 추억을 찾는 이야기 자체가 있어보이고 멋있어 보이더라구요.

 

이런 거 해본적이 없습니다;;

 친구들은 일단은 게리의 장단에 맞춰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회사원에, 사업에, 바쁘게 삶을 사는 아저씨들인데 게리의 민폐짓을 그냥 들어주고 있을리 없었죠. 고향 동네에 대한 향수로, 아니면 게리한테 속아서 길을 나섰던 앤디, 스티븐, 올리버, 피터 친구들은 게리의 고집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의 장이 열리고 맙니다.

 

술취해서 난장을 벌이는 것 정도는 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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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의 흐름대로 지구를 끝장내는 이야기


 친구들의 고향인 뉴턴헤이븐은 20년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좋게 보면 산업적으로 발전한 것이었고, 게리가 보기에는 사람이 사는 동네답지 않게, 아무 활기도 느낄 수 없는 상태였죠.

 그리고 친구들은 이런 위화감을 파헤치다가, 마을이 외계인의 실험장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구에 침략한 외계인들은 인간을 좀더 덜 폭력적이고, 이성적이고 친화적인 대체인간으로 바꾸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리와, 이쪽으로 오면 편해

 친구들이 술집 찾아서 추억을 되새기며 갈등도 하고, 사랑도 찾는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갑자기 외계인이라뇨;; 보다가 머릿속에 물음표가 백개쯤 떴습니다.


 아무리 감독의 전작들이 황당하고 뜬금없이 전개되는 발칙한 이야기들이긴 했지만, 이정도로 전개가 트리플악셀을 뛰면서 안드로메다로 가는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게리와 친구들은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외계인들이 갈아치운 대체인간들, 외계인의 하수인들을 상대합니다.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만 같은 황당한 이야기였습니다.

 

갑분 외계인???!!

 술집 순례의 길을 따라 외계인들을 피해 달아나던 게리와 친구들은, 결국 순례길의 마지막 가게인 '세계의 끝' (The World's End)에 도착합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고 자기의 순례길의 마지막에 도착한 게리는 외계인들의 진짜 목적을 알기 위해 승부수를 던집니다. 그리고, 세계는....

 

초지일관 또라이 게리;;

 

 

| 코르네토 3연작, 트릴로지의 마지막


 '지구가 끝장나는 날'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만든 '코르네토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 그리고 이 작품까지 묶어서 세트메뉴인 것이지요.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르네토'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가 시리즈로 만든 것이구요,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두 배우를 주연으로 해서 극을 이끌어가게 합니다.

 

스토리가 밀접하게 연관이 있지는 않습니다.

 딸기맛: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와 바닐라맛: 뜨거운 녀석들 (Hot Fuzz, 2007)에 이은 마지막 작품인 민트맛을 보면서 진짜 황당함의 극한을 경험했습니다.


 음악도 신나고 영화의 만듦새도 이상한 곳이 없지만, 정말 아득히 날아가는 스토리를 보면서 이해가 불가능한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와중에 촬영이랑 음악도 좋아요 ㅠ

 그래도 공감하는 점이 하나 있다면, 종결 (closure) 이라는 테마였는데요, 극 중에서 지구의 운명도 그렇겠네요. 이야기의 주인공 게리가 어린시절의 로망, 향수와 꿈을 찾아서 행동하고 마지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나섭니다. 하지만 결국 희망이나 성취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스토리나 개연성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이해를 위주로 감상할 것이 아니라면, '지구가 끝장나는 날'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아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멋진 영화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갈 데까지 간다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니까요.

 

한 잔 허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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