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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영화, 2019): 과하고 넘치는 이야기에 쓸려간 주인공

아뇨, 뚱인데요 2021. 7. 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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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HONEST CANDIDATE, 2019)
감독: 장유정
주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서비스: 넷플릭스, WAVVE
관객수: 1백 5십만명

 

독창적 요소가 강했다고 봅니다.

줄거리: 현탄시의 3선의원 주상숙(라미란)은 국회의원 당선과 생활에 거짓과 비밀을 숨기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숙은, 할머니의 소원으로 거짓말을 못하게 되어버린다.

 이제 보고야 말았습니다. 코미디 영화의 명작인 짐 캐리의 '라이어 라이어'를 무단으로 카피했다고 말해지는 영화의 판권을 사와서 만들어진 영화죠.


 2편이 제작, 기획중이라고 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 라이어 라이어와 얼마나 어떻게 비슷한지 궁금해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연배우 둘의 케미가 정말 좋았습니다.

| 출발부터 다른 주인공


 3선 의원 주상숙(라미란)은 4번째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 때 국민 사이다라는 별명으로 분위기를 몰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지금은 거짓과 기만을 달고 사는 실망스러운 의원입니다.

 

나쁜 짓 많이 해요;

 거짓말을 많이 하는 직업으로 미국에선 변호사였고,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뽑혔습니다. 거짓말이라는 특성을 국회의원이라는 직업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 직업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원작 '라이어 라이어'와는 다르게 주인공이 너무 악인으로 묘사됩니다.

 

나쁜 짓 수위조절을 못했다고 봅니다.

 원작의 주인공은 변호사라서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만큼은 진심이었고, 나쁜짓을 적극적으로 하는 악당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주상숙(라미란)은 너무 나빠요;;


 일단,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할머니와 관련된 비밀도 숨기고, 비싼 집에서 살면서 주공아파트에 산다고 기만을 하고, 교육재단 비리에, 주식 내부정보 유출 등, 아주 적극적으로 나쁜짓을 합니다.

 주인공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죄를 지어버리면 그 사정이 밝혀질 때까지는 이분을 응원할 수가 없죠. 웃음의 강도도 약해지구요.

 

소리지르고 망가진다고 호감이 생기진 않습니다.

 살아계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남들 모르게 만나왔던 할머니 김옥희 여사(나문희)께서 어느날 밤, 천지신명에게 소원을 빌게 되고 주인공 상숙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니까 정말 금방, 치명적으로 타격이 오는 모습은 재미있었습니다. 게다가 선거운동 기간이라서, 다음날 아침부터 상숙은 국회의원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합니다.

 

일상 생활이 모조리 거짓말이었으니;;;

 

 

| 빠르고 쉴새없이 펼쳐지는 상숙의 이야기


 영화는 거짓말을 못하게 된 상숙에게 들이치는 위기를 엄청난 속도로 보여줍니다. 참말만을 하게 된다는 걸 깨닫자 마자, 바로 남편은 팩폭에 너덜너덜해집니다. 그리고 방송과 행사장에서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세상의 (부정적인)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냥 아무말 하지마!! 제바알~~!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보좌관과 함께 이 병(?)을 고치려 노력하는 이야기, 거짓말을 못하긴 해도 선거에 당선되려는 전력, 이름하야 선거쇼, 지지율 올리기 작전이 나오기까지 영화는 쉬지를 않습니다. 너무 빨라요;

 보통 영화에서라면 주인공의 가장 큰 약점이면서 드라마의 중심이 되었을 법한 아들의 이야기도 영화시작 절반만에 모두 다 털어넣고 해결까지 해버립니다.


 이렇게 빠른 템포로 몰아치는 이야기는,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아서 다른 신경을 쓰지 못하게 만들죠. 이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 정도면 메인 스토리감인데;

 아쉬운 점은, 영화가 주인공의 매력은 여전히 캐치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 지능이 안 좋아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거짓말을 못하게 되니까 온갖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심하게 예의없이 막말을 합니다; 보통은 질문에 대해 참말만을 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그냥 막 때리고 다녀요; 인사를 하는 것이 거짓말도 아닌데, 그냥 상대방에게 험한말을 꽂아버립니다. 비호감 스택을 점점 많이 쌓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팩폭으로 혼이 날아가버린 남편

 

 

| 벌려놓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영화의 최고 장점은 배우들의 합이 좋다는 것입니다. 라미란님은 단독으로도 충분히 웃기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영화가 주인공을 너무 비호감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비교 대상이 너무 넘사벽이었어요.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짐캐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잖아요.

 

짐캐리의 역할을 많이 나눠가진 것 같습니다.

 남편이나 보좌관 등, 주위 사람들과 참말을 늘어놓는 티키타카가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박 보좌관 역의 김무열님과의 케미가 정말 좋았습니다.


 참말병에 걸리기 전부터 수화로 작전을 전달하는 두 배우의 연기가 재미있었는데요, 고군분투하는 성실한 박 보좌관과 거짓말을 못하고 사방팔방 나대는 주인공의 조화가 재미있었습니다.

 

김무열님 힘뺀 연기가 좋았습니다.

 사실만을 말하게 된 주인공 상숙의 인기,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탑니다. 상숙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그녀 주위에서 비리를 저지르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위기상황으로 느껴질법했죠.


 정당 대표, 라이벌, 언론 모두가 그녀를 배척하고, 상숙은 솔직함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가 힘들어집니다.

 

일하라고 불렀더니 배신을 때리는...

 이정도 이야기 흐름이 오는 동안, 잊혀진 등장인물이 있죠. 거짓말을 못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우리 할머니는 극에서 완전 벗어나서 공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펼쳐놓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챙기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선거도 해야하고, 선거작전을 위한 배신과 작전도 나옵니다. 상숙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교육재단 이야기도 해야하죠. 상숙의 아들이야기의 감정적인 해소도 되지 않았는데, 할머니 이야기까지 해야되고..정해진 러닝타임에 이야기를 쑤셔넣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풍자는 살짝 좋았습니다.

 '정직한 후보'를 보면서 의외로 '라이어 라이어'를 베낀 이야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정도면 표절이라기 보다는 로컬라이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디어는 비슷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정말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꽉 채운 이야기들이 숨돌릴 여유조차 없이 마구 들이 닥치는 바람에 관객이 스토리를 보고 감정을 느낄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요 포스터 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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