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VS 외계인 망작대전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 1996)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윌 스미스, 빌 풀먼, 제프 골드블럼
줄거리: 어느 날, 지구 상공에 정체불명의 외계인 비행선이 나타난다. 누군가는 환영하고 누군가는 경계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고, 의문의 비행선은 지구를 향해 공격을 개시한다.
그 후 20년,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 (Independence Day: Resurgence, 2016)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리암 햄스워스, 빌 풀먼, 제프 골드블럼
줄거리: 외계인의 침공을 물리치고 20년 후, 인류는 하나로 뭉쳐서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20년 전의 구조신호를 들은 외계인들은 다시 한번 지구를 공격해 온다.
인디펜던스데이 1편은 엄밀히 망작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인디펜던스데이는 1편부터 망작입니다. 왜나면,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고 '더 록'을 포기했었거든요.
이 영화가 2편이 20년만에 2편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욕을 그렇게 많이 먹은 작품을 파내서 다시 속편을 만든거죠.
1. 제작비, 흥행수익
인디펜던스 데이 (1996) 제작비: 7천 5백만 달러 미국수익: 3억 달러 세계수익: 8억 1천만 달러 |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2016) 제작비: 1억 6천만 달러 미국수익: 1억 달러 세계수익: 3억 8천만 달러 |
<TMI: 1편>
백악관 폭발 장면 촬영을 위해서 실제 크기의 12분의 1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딱 한장면 나오지만, 워낙 상징적인 장면이라서 직접 폭발을 시켰습니다. 12배속으로 촬영한 다음 정상속도로 보이게 재생하는 방식을 통해서 더 크고 천천히 백악관이 터져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TMI: 리써전스>
제작기획 당시에는 윌 스미스를 출연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2편과 3편의 출연료로 5천만 달러를 요구해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영화는 제작 도중에 돈이 모자라서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었습니다. 3편은 제작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1편은 제작비의 10배를 벌었습니다! 그리고 1996년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되었죠. 2편이 돈을 못벌었다고는 못하겠는데, 이득을 봤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들어간 돈이 너무 많아요; 자세히 볼 것도 없이 1편의 승리입니다.
2. 평점과 평론
이번에는 얼마나 실망의 폭이 커졌다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1편은 평작 수준의 점수는 받았습니다. 실제로 재난 영화의 기본은 잘 지켜준 것 같았죠.
2편은 재난영화의 정체성을 포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그냥 SF액션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 평 사이트에서 몇개만 추려보았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1편
찬: 수익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 이것은 모든 블록버스터가 가져야 하는 미덕이다.
반: 끔찍하고 영혼없는 껍데기 영화. 그때도 나쁜영화였고, 지금도 나쁜영화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
찬: 영화는 혐오스럽고 쓸데없긴 하다. 하지만 아이들 노는 것을 보는 것처럼 재미는 있다.
반: 1편은 가볍고 재미있었다. 후속작은 두배로 커졌는데 재미는 반이 됐다.
평 쪽으로 넘어보면 더욱 비교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2편은 정말 ...더럽게 재미가 없어요.
3. 얼마나, 어떻게 때려부수나, 재난영화의 스케일
두 편을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 '때려 부수는' 감독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부터, 고질라, 투모로우, 2012까지, 그냥 재난영화로만 치면 이분만큼 많이 부순 분도 없을거에요.
어떻게 보면 무섭게, 다르게 보면 시원하게, 얼마나 관객에게 실감다는 재난 상황을 보여주는가가 이런 영화를 보는 재미일 것 같습니다.
1편은 이런 면에서는 새로운 장을 열었던 영화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CG를 많이 활용해서 미국의 랜드마크들을 다 터뜨렸습니다. 미국의 가장 유명한 건물인 백악관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상공에 외계인의 비행선이 떠있다가 레이저를 발사해서 폭발로 날려버립니다.
건물들이 박살나고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장면들은 신기하고 박진감이 넘쳤죠.
2편에서는 스케일로 밀어붙이는 감독님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전작으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의 일입니다. 지난번에 쳐들어왔던 우주선의 조난신호를 받고는, 외계인의 초대형 전함이 지구로 들어옵니다. 짜잘하게 몇십개로 나눠 보내고 그런거 없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20배에 달한다는 크기의 전함이 지구를 덮어버립니다. 얼마나 큰지, 자체적으로 중력도 갖고 있대요. 이게 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크기 하나만큼은 어떤 다른 영화에도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면서 초초초대형 전함은 지구에 상륙합니다. 그냥 덮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대기권을 통과하며 지구에 들어오는 전함의 모습은 하늘이 불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리고는, 런던을 시작으로 지구를 때려부수죠.
아쉬운 점은, 미국에 유명한 건물을 이미 다 부숴버려서 남아있는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런던으로 가나봐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덕분에 재난의 현실감은 사라지고 SF적인 가벼운 오락적인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어찌되었건, 외계인이 처음보는 지구의 랜드마크를 부수는 스케일 하나만큼은 2편의 손을 들어주도록 하겠습니다.
4. 재미있다며 왜이리 까이는 걸까
번외전은 왜 사람들이 싫어하는지, 높은 평을 주지 않는지, 비웃음이 나오는 이야기 대결입니다.
1편에서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핵을 이용해서 공격도 하지만 비행선마다 보호막이 쳐저 있어서 소용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미국이 숨겨놓았던 외계인 비행선을 하나 구해다가 잠입하는데 까지는, 좋다 이겁니다.
인간들의 컴퓨터에 통하는 바이러스를 외계인 행성에다가 심어서 보호막을 무력화 시킨대요. 이 무슨 바이러스 걸린 노트북으로 스타했더니 감기가 걸렸다는 해괴망측한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거기 외계인들도 OS를 애플이나 MS꺼 쓰나봐요.
2편 리써전스는, 외계인을 물리치고 그 기술을 이용할 줄 알게 된 가상의 미래가 배경입니다. 마찬가지로 쳐들어 오고, 밀리면서 당하다가 한방에 역전합니다.
최고로 답답한 장면은 첫 전투였습니다. 세계최고의 공군 1,2등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천조국 에어포스를 기가 차게 만드는 닥돌, 도그파이트로 전투를 합니다.
대륙 20배 크기의 초거대 함선이 지구를 덮었는데 정확히 여왕 외계인의 위치를 파악해서, 침투해서, 미사일을 들고 닥돌을 한다고 깨작거리는데....1편에서는 핵도 날리고 뭔가 대처는 납득이 갔는데, 2편은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잊을만 하면 나오는 중국자본 장면들도 바보같긴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중국사람이 멋있게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차라리 확 간지나고 멋지게 만들던가. 중국이 나와서 영웅인 척 우기는 것도 싫지만, 영화를 재미없게 만든 게 제일 싫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결국 초거대 자본을 감당하지 못하고 좌초했습니다. 어렸을 적 혼자 쫄래쫄래 영화관 가서 두근두근하며 봤던 추억까지 모조리 날려버린 것 같아서 더 실망감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