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2020 ~)
연출: 김솔
출연: 이수근, 송은이, 정상훈, 성시경, 박하선
방송정보: JTBC 수요일 오후 10:30
간단소개: 서울을 벗어나서 자기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공간에 진행자들이 방문하여 집구경, 홈투어를 해보는 집 예능 프로그램
집과 관련된 예능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러브하우스처럼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에코빌리지처럼 집을 짓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구해줘 홈즈'와 같이 집 매매나 전세를 알아보는 부동산 소개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양은 다양하지만, 거주공간이 가지는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집을 소재로 하는 예능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이 당연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 서울을 벗어나며 얻게 되는 가능성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이하 서울집)은 매주 집주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진행자들이 방문하여 집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디자인의 요소나 집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홈투어' 프로그램입니다. 특이한 점이 잇다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개되는 집은 서울이 아니고, 아파트가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울타리를 탈출하면서 집소개 프로그램이 많은 제약에서 벗어났습니다. 돈에 관련된 불편함을 상당부분 해소합니다. '구해줘 홈즈'같은 프로그램은 집 소개를 해주면서 가격소개를 필연적으로 해야 되고 그 가격을 들으면 내가 왜 이 프로를 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죠.
즐겁자고 보는 예능인데 내가 왜 박탈감을 느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강릉, 여수 등 도심지를 한참 벗어난 '전원주택'같은 집은 물론 비싸긴 해도 서울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저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파트나 빌라같이 상당부분 정형화된 주거형태를 벗어나서 직접 설계한 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개성있는 집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집소개는 많이 새롭다 해도 방과 거실의 공간배치 화장실이 한 개인지 두 개인지 정도의 소개이고, 구조나 집의 개념을 전반적으로 알려주기는 힘들죠. 이 프로그램에서는 정말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어떤 집은 산을 파고 들어가서 지하로 2층까지 만들었습니다. 어떤 집은 웬만한 대형 아파트 거실만한 게임룸을 만들어 놓기도 했구요. 아이들이 놀기 좋으라고 집을 순환형으로 만들어 놓은 분도 있습니다. 아파트와 도심을 벗어난 주거형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런 주거에 대한 어색함을 없애고 이해를 돕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타산지석, 꿀팁 뽑아내기
'서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집에 대한 꿀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직접 설계를 하고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한 집에 대한 소개를 집주인(호스트)가 직접 해줍니다. 그리고 집 설계,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탁기과 건조기를 어디다 두는 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 볼 수 있었고, 맞벌이 부부에게는 진짜 식물보다는 가짜 나무가 차라리 편하다는 의견 등, 나중에 내가 사는 공간의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면 꼭 기억했다가 써먹어야겠다 싶은 정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호스트가 직접 설계 시공의 경험담과 단점까지 말해줍니다. 층을 엇갈려 짓거나 층고가 높으면 단열과 난방이라는 면에서 힘들다는 점과 같이, 직접 살아보면서 얻는 솔직한 정보를 전달해주어 좋았습니다.
'서울집'은 중간에 한번 프로그램 포맷을 손보면서 스튜디오 촬영을 추가합니다. 전문가의 의견도 더하고, 전원주택뿐 아니라, 협소주택 등 더욱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보여주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집 안에 아이들용 수영장이 있었던 집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게 되면 꼭 저런 수영장과 비슷하게 노천탕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꿀팁을 언제 써먹을 수 있을까...
'서울집'의 가장 큰 약점은 팁을 배우기는 하는데, 써먹을 일이 없다, 너무 멀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저정도 집을 갖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멀리멀리 벗어나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데,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 사는 월급쟁이들에게는 멀고 먼 일일테니까요.
'구해줘 홈즈'는 당장 살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다방'같은 정보라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은퇴하고 지방에 내려가 살 계획이 없는 서울 직장인들에게는 서울집은 정말 그림같은 남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제가 해줄 걱정은 아닌 것 같지만, PPL이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있겠네요. 다른 사람의 집에 안마의자를 잠시 설치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작진들이 잘 알아서 할테지만, PPL도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공간구조, 나아가 삶의 방식도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게 보는 프로입니다. 진행자들의 개그, 특히 정상훈씨의 드립에 많이 웃었습니다. 공감대를 더 잘 살려주고, 앞으로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줘서 흥하는 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