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시즌 1(2001)
연출: 스티븐 홉킨스, 빈리히 콜베
주연: 키퍼 서덜랜드, 데니스 헤이스버트
서비스: SEEZN
간단내용: 미정부 테러대응단체의 요원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는 대통령 후보 암살첩보를 접하게 된다. 격렬한 전투, 긴박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잭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암살시도를 막으려 한다.
컴퓨터를 통해서 영상을 다운받는다는 것을 처음 접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OTT서비스, IPTV 이런거 없었죠. 한시간짜리 드라마 다운받으려면 그 이상의 시간을 썼어야 했던 동네에서 미드 '24'는 충격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OCN thrills 에서 프리즌 브레이크를 포함하여 24도 다시 방영계획이 있다기에 추억을 되살려 보았습니다.
| Real time 실시간 드라마
드라마 도입부에는 늘 이런 자막이 깔립니다. '이제부터 나오는 사건은 오전 0시 부터 0시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이 느끼기에는 이게 무슨말이야 싶죠. 드라마는 긴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한시간으로 줄여서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죠. 중요사건을 보여주고 이동시간이나 자는시간까지 전부 보여줄 수 없잖아요. 24는 그걸 했습니다.
CTU (Counter Terrorist Unit: 대테러부대) 소속의 특수요원 잭 바우어는 암살, 핵폭탄 등 테러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위기상황은 모두 하루안에 일어나죠.
24 한 시즌은 24시간동안 일어나는 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시즌은 24회로 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1회는 한시간동안 일어난 일을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언듯 생각하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장소에서 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잭 바우어가 차 안에서 이동하는 동안 딸 킴 바우어는 고구마, 아니 발암제, 아니 납치를 당하면서 위기가 생기게 된다던가 합니다. 그 와중에 테러리스트는 암살을 준비하면서 다음 장면에서 등장하죠. 전체적으로 사건 구성과 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인공의 동선과 사건구조, 플롯 등을 공들여 계산하고 편집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한 화가 1시간의 이야기인데 정작 드라마 한편의 재생시간은 50분정도 됩니다. 그럼 10분은? 드라마 광고 나오는 시간입니다. 광고 볼 시간은 남겨두고 테러를 막으러 뛰어다니는 우리의 잭 바우어 형님입니다.
| 틀을 깬 드라마,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드라마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사실 외에도 24는 2001년임에도 혁신적인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여러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이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여러개로 화면을 갈라서 인물들의 현재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시계소리인지 심장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카운트가 들어갑니다. 시계는 분명 숫자가 커지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절박하고 급박한 상황에 몰입하다보면 마치 시한폭탄의 그것처럼, 카운트가 내려가고 있는 것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실시간 진행이라는 특징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연출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정식으로 드라마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사람들은 구해서 보면서 열광했습니다. '미드'라는 말의 유행을 만드는데 일조한 드라마였죠.
24시간동안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니까, 시즌 1편을 한번도 안쉬고 정주행하면 꼬박 하루가 걸립니다. 드라마 시간에 맞춰서 하룻동안 24의 시즌 하나를 정주행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었습니다.
잭 바우어는 테러를 막기위해서 거침이 없습니다. 총격전은 일상으로 벌어지고 사람들도 많이 죽어나갑니다. 영화에서 가끔 보았던 킬카운트, 주인공이 몇 명이나 죽였나 하는 숫자통계는 이분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몇명을 죽였고, 한시간당 평균 몇명을 죽였나 하는 수치와 표를 만들었죠. 드라마가 화면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또다른 스토리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문화가 된 것입니다. 괜히 레전드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이 아니죠. 화면과 세트가 오래된 티가 좀 나긴 하지만, 이야기의 긴박함과 의외의 상황을 연출하는 능력은 24에 필적하는 작품은 흔하지 않습니다.
| 레전드의 귀환
잭 바우어 형님은 하룻동안 정신없이 뛰어나니면서 사람도 구하고 총도 쏘고 폭탄도 터뜨리면서 테러를 막습니다. 잭 형님은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고문도 서슴치 않고 나중에는 자기가 범죄자가 되는 일도 벌입니다.
일반적인 영화나 만화같으면 더 큰 위기와 더 쎈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파워업을 하는데, 24는 반대로 잭 형님에게 더 큰 고난을 주고 더 약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여기저기 깨지고 다치고, 방사능에도 피폭되고, 시즌이 더해질수록 어떻게 서있냐 싶을 정도로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듭니다.
주위 사람들도 전부 죽어나가죠. 아내도, 친구도, 동료도 전부 배신하거나 죽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려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죠. 의외로 가장 성질머리 더럽고 불친절한 요원 클로이만 꿎꿎하게 살아남아 잭을 도와주었습니다.
24는 시즌 9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분, 24시간동안 정말 쫄깃하게 드라마 한편을 정주행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TMI> 저는 24를 시즌 6까지 봤는데요, 잭 바우어가 밥먹는 장면은 시즌 1에서 딱 한번 나옵니다. 드라마가 실시간 진행이니까 밥도 먹고 잠을 자는 장면도 좀 보여줘야 되는데.. 밥도 못먹고 하루종일 뛰어다니시는 불쌍한 잭 형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