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TV

시지프스 (종영, 2021): 시간여행, 미래, 루프, 요리조리 볼만했던 드라마

아뇨, 뚱인데요 2021. 4. 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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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 (Sisyphus: the myth, 2021) 드라마 16부작

제작: 진혁(연출), 이제인, 전찬호(극본) 
주연: 조승우, 박신혜
서비스 플랫폼: JTBC, 넷플릭스

 

 

파국 전문배우

 

간단소개: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기구를 발명한 한태술과 그로 인해 전쟁이 나는 비극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강서해의 이야기
 
 종영이 되었습니다. 중후반에는 이야기의 갈래가 많아지면서 이야기가 산만해졌었는데, 긴장감은 어떻게든 유지되면서 
16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습니다. 시간여행과 함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묘사한 작품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끝까지 봤습니다.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맥가이버 + 토니 스타크

 

| 미래의 결과가 원인이 되는 타임 패러독스


 태술과 서해, 시그마까지 모두 마지막 결전 장소인 성당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시그마(김병철)가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태술과 서해의 이야기까지 모든 인과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유골과 마주하면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게 된 태술은 업로더를 시그마가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를 만들고자 했고, 그대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시그마의 시간여행이 없던 일이 되고 사라졌다는 것이 그 증거였습니다.

 

 

결론은 좀 허무한 편입니다.

 

 시지프스의 시간여행의 개념은 상당히 특이하고 복잡합니다.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시간여행의 개념을 한꺼번에 넣어서 그 특징들이 마구 섞여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미래의 사람이 지금, 현재로 건너와서 벌이는 사건들은 현재에도 일어난 '과거'취급을 받습니다. 패러독스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자세를 잡습니다.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현재, 과거에서 무슨일을 벌였든, 이미 기록된 과거라는 개념이죠. 

 

 드라마 속에선 현재에 핵무기가 건너와서 터지는 일, 그리고 마지막회에 성당에서 시그마를 처리하는 저격수까지, 미래의 누군가는 이걸 '했기' 때문에 지금 핵폭탄이 떨어지고 시그마에게 총을 쏜 일이 생긴거죠.

 

 

책임있는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사바사바하는 중

 

 그런데 재미있는 건, 미래에서 현재로 건너오는 일로 일어난 사건 두 개의 종류가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성당에서의 시그마 저격은 현재 발생한 일이고, 미래의 내가 해야 할 숙제입니다. 없던 일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나옵니다.

 핵전쟁은요, 미래의 누군가가 핵무기를 건네 보냈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나는데, 이거는 태술과 서해아빠의 활약으로 없던 일이 됩니다. 그것도 일어나지 않는 일처럼 나오지도 않고, 막 미사일이 나오다가 사라져요.

 

 

엑스맨: 데오퓨처럼 그려진 마지막

 

 태술이가 미래에서 건너와서 벌이는 일은 바꿀 수가 없는 것처럼 일어났는데, 핵전쟁은 바꿀 수가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죠. 같은 상황에 대해 한 드라마에서 해석에 일관성이 없는 것입니다. 타임패러독스는 미뤄두고, 이렇게 되면 보다가 이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죠 ㅠ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시간여행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내가 해봤는데.' 할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다만 여지껏 쩌리였던 에디가 갑툭튀 하는 장면에서는 한태술과 마찬가지로 제 입에서도 욕이 튀어나오더라구요. 그만해 이 미친 ㅅㄲ야! 라고요. 16부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드라마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임에 틀림없고, 대단한 일이지만 마지막 회의 진행은 뜬금없었습니다. 숨겨놓았던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는 느낌보다는 이걸 이제와서 꺼내든다고? 여태껏 없던 취급했다가? 라는 생뚱맞은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왜 거기서 나와? 가 아니라, 야잇, 니가 왜 튀어나와!

 

 

 

| 미래, 캐릭터의 얇은 묘사


 드라마의 이야기에서 시간여행 부분을 빼면 가장 눈을 많이 사로잡았던 부분은 서해를 중심으로 한 미래세계와 서해가 주도하는 전투였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총기를 사용한 액션을 유려하게 보여주는 것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작비, 제작기간도 그렇고 수준 높은 촬영용 총기를 여러 대 돌리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예상해봅니다.

 

 

한드에서 레일달린 소총이라니!

 

 그렇지만, 박신혜씨가 총기를 다루는 모습보다 중간에 한번 잠깐 나왔던 아역, 청소년 서해가 총기를 다루는 모습이 더 진지하고 능숙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캐릭터의 감정 묘사도 좋지만 이런 능력에 대한 묘사도 깊이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진지함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와는 별도로, 암울한 미래세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단편적이었습니다. 몇백년 후의 미래세계도 아니고 너무 가깝습니다. 20년 정도 후의 미래입니다.

 

 서울에 핵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의 현실적인 의견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북한,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득달같이 달려들 나라들 많이 있죠.

 그리고 시그마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핵미사일이라고 해도 미사일만 가지고 전쟁은 할 수 없습니다. 군대는 한 명도 없이 미사일만 보낸다고 해서 온 나라가 정지가 되고 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사일이 트리거가 되어서 한국을 사이에 두고 전쟁이 일어난다, 뭐 그런 시나리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전체적으로 미사일 이후의 미래 사회에 대한 생각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백년정도 뒤처럼 묘사된 미래

 

| 최선을 다해 뛰고 구른 배우들


 총기를 사용한 액션 말고도 몸을 쓰는 격투 장면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주인공 중에 한태술은 몸을 쓰는 능력은 0이니까, 강서해 역의 박신혜님만 뛰고 구르고 찍고 다 하십니다. 액션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직접 하신 것 같습니다. 표정 타격의 느낌이 실감나게 잘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몸에서 큰 덩치를 상대할 때 힘을 주는 느낌이라던가 좁은 공간에서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다시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맞느라 고생하신 단속국 분들 ㅠ

 

 장단점이 확실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TV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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