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TV

빈센조 (드라마, 종영, 2021): 통쾌한 정의 실현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판타지

아뇨, 뚱인데요 2021. 5. 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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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VINCENZO, 2021)
제작: 김희원(연출), 박재범(극본) 
주연: 송중기, 전여빈, 옥택연, 김여진
서비스: 넷플릭스

 

20화 끝

간단소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변호사 '콘실리에리'를 하던 빈센조 까사노는 조직에서 맡던 일을 정리하고 숨겨놓은 재산을 찾기 위해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돌아온다. 빈센조는 비밀금고를 열기 위해 의도치 않게 쫓겨날 위험에 처한 금가프라자의 세입자들의 편에 서서 재벌 그룹 '바벨'과 싸우게 된다.

 종영이 되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중 유일하게 본방을 챙겨서 보던 작품이었는데, 20부작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일단은 송중기님의 비주얼이 단단히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일주일이 길게 느껴질 정도의 잘 짜여진 연출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이미 드라마의 내용은 너무나 잘 알려져서 모르는 분은 없겠지만, 완결난 기념으로; 감상을 적으려고 합니다.

 

오징어가 된 느낌...;;

 

글에는 작품의 결말과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악당이 악당을 부수는 통쾌함


 빈센조의 가장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 악당이라는 것입니다. 빈센조 까사노(송중기)는 악당인 척 하는 잘생긴 우리편 정도가 아닙니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잔혹함을 가진 악당입니다.

 

 1화에서부터 방어적 목적이기는 해도 사람을 총으로 쏴죽이죠. 호불호가 나뉘기는 하겠지만, 빈센조는 일관성있게 성격을 유지합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계획한대로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캐릭터의 일관성은 끝까지 지킴

 

 이 멋지고 잘생긴 악당은 쫓겨날 위기에 처한 금가프라자 세입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도와 바벨 그룹의 진짜 악당들을 처단합니다. 영웅이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는 정말 흔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영웅 이야기를 보는 것은 새롭고 시원했습니다.


 연구원을 사람취급하지 않던 바벨제약 공장을 폭파시켜 버리는 장면이나, 타락한 고위 관료, 높으신 양반들 싹 모아놓고 단죄; 하는 모습등은 실제로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뉴스를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을 뚫어주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팝콘 던지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빈센조는 특히 풍자의 방법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고급지고 화려한'캐릭터에 입혔기에 새로웠습니다. 저는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5화에서 빈센조와 홍차영이 법정에 출석할 때였습니다.


 노동자의 편에 서는 변호사는 가난해야만 하고, 그런 고정관념때문에 오히려 가난을 코스프레 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프레임을 씌워서 공격하려는 재벌과, 그걸 이용하려는 언론의 쿵짝을 비웃는 듯 빈센조와 홍차영은 무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를 타고 등장합니다. 절대 기존의 후진 공격에 당하지 않는다는 한 수 위의 모습을 즐겁게 보여준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시대의 화석같은 악당들에게.

 

| 독보적인 캐릭터


 빈센조 까사노라는 주인공 외에도 희대의 악당 최명희(김여진)가 있었기에 드라마가 제대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20회까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진짜 선역인 줄 알았다니까요.

 최명희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착한 사람' 인 것만 같았습니다. 괄괄하고, 푼수 기질이 있는 아줌마 캐릭터 겠구나 속단했던 저의 뒤통수를 세게 쳤습니다. 최명희는 빈센조 못지않게 살벌하고, 살인은 밥먹으면서 명령을 내릴 정도로 하찮게 생각하며, 근본을 알 수 없는 줌바댄스를 추면서 재벌의 하수인으로 충성을 바치는 변호사였습니다.

 특히 무서웠던 부분은 극 초반 홍유찬(유재명)의 제거를 명령할 때였습니다. 최명희가 악당이면서, 살인 정도는 아랫사람을 시켜서 눈도 깜짝않고 처리해버린다는 그녀의 스타일이 처음 제대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한번에 깊이가 헤아려지지 않고, 속이 한번에 보이지 않기에 무서운 느낌이었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연기

 그런데, 검찰이 찾아와도 줌바 댄스를 마저 추고 갈 정도로 낯이 두껍고 멘탈이 강하던 최명희를 너무 가볍게 무너뜨린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 현실과 환상 사이, 일관성 없는 흐름


 이렇게 정의 실현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나서는 영웅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빈센조는 판타지에 속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일어난 일은 현실에서는 있을 법한 일이고, 사실하고는 거리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빈센조는 이해하기가 벅찬 흐름이 후반으로 갈 수록 많이 나왔습니다.

 

바벨을 무너뜨리면서 속도 조절이 힘들어짐

 특히 안 좋았던 것은 19화부터 이어지는 흐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빈센조가 제대로 바벨을 몰락시키기 위해 싸우는 와중에, 상황이 불리해지자 바벨그룹의 회장, 변호사 할 것 없이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 무슨 해결책이라는 듯한 모습이 보여집니다. 이걸 촌극처럼 풍자하며 묘사했더라면 나았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이번엔 회장, 이번엔 변호사 돌아가면서 감옥이 무슨 빈센조 안전지대라도 되는 양 행동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서순을 살짝만 바꿨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 최명희의 작전으로 감옥에서 튀어나온 사이코패스 재벌회장 장한석(옥택연)은 거의 조직폭력배 행동대장급으로 사람을 죽이려 합니다. 원래 그런사이코 캐릭터였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전에 그는 변호사였습니다. 그것도 최고 법무법인에 속하는 로펌의 변호사였죠.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고는 해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위해 캐릭터의 폭력적인 한 면만을 남기고 다 삭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때의 느낌이 많이 뭉개진 기분입니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일당백을 하던 빈센조는 장한석, 한서 형제가 목숨걸고 격투를 벌이는 동안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상황을 보여주고야 맙니다. 이장면 보고 기가 차서 검색을 해봤는데요, 라이브로 달리는 댓글들도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정말 탄탄히 잘 흘러가던 빈센조의 활약이 드라마의 안타까움을 위해서 멈춰버린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살아남기를 바랬습니다.

 

| 사적 복수


 마지막에 와서 빈센조는 바벨 그룹의 회장, 그룹의 수족이 되어 사람들을 죽이던 변호사, 모두를 처단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정말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묘사됩니다.

 물론 이들이 죽을 죄를 지은 건 사실이죠.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가 갈리고 누가 좀 죽여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현실은 언제나 더 심하죠. (배우는 잘못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모두가 보는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빈센조를 보면서 이런 위화감이 드는 것은, 그가 수족처럼 부리던 부하를 폭사시킬 때부터였습니다. 물론, 홍유찬 변호사를 죽일 때부터 그들의 운명은 좋게 끝날 수는 없는 것이었죠. 그래도 필요한만큼 이용하다가, 끝까지 장기판의 졸처럼 작전의 일부로 희생시키는 모습이 도저히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연기인 줄 알았습니다. 설마..설마...

 

 죄를 지은 사람을 법을 초월하여 처단하는 작품들은 꽤 있습니다. 마블의 '퍼니셔'같은 작품도 있구요. 악당을 벌주는 것은 통쾌하지만, 개인이 절차나 법없이 사람을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인다는 것이 절대 옳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작품의 목적이라면, 사람들이 옳게 느끼는 방법으로 작품을 보여주어야 맞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즐기는 입장에서도 한 번 정도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연기는 소오름

 이제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공백기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빈센조는 오래 기억될 캐릭터를 잘 만들고, 답답한 시대를 사는 시청자들에게 희열을 느끼게 하는 대리만족을 준 멋진 드라마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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