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18): 순한 맛으로 보듬는 전쟁 속 사랑 이야기

아뇨, 뚱인데요 2021. 5. 6. 06:23
반응형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2018)
감독: 마이크 뉴웰
주연: 릴리 제임스, 미힐 하위스만
서비스: 넷플릭스

 

 

포스터 배경 정말 멋있네요

 

간단소개: 전쟁이 막 끝난 1945년의 영국, 작가 줄리엣은 런던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한다. 그녀에게 지방의 섬 건지에서 편지가 오게 되고, 전쟁 한가운데에서 만들어진 건지 섬의 독서클럽 이야기에 줄리엣은 관심을 갖게 된다. 줄리엣은 건지 섬에까지 직접 방문하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과 마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된다.

 좀 힐링되는 영화를 보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제목에, 릴리 제임스를 앞세운 긍정적 분위기가 피어나는 스크린 샷을 보고 희망찬 메시지, 감동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체 무슨 영화제목이 이러냐, 라는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감자껍질을 말려서 어떻게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건지(Guernsey)는 영국의 섬 이름이었습니다.

 

 

독한고 쎈 영화에 지치신 듯

 

 

 

저도 이정도라고 생각합니다.

 

<TMI>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메리 앤 셰퍼와 애니 배로우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전쟁을 이겨내는 인간의 긍정성


 런던에 살고 있는 작가 줄리엣이 시골 섬마을 건지에서 온 편지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45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섬마을 건지에서 책읽는 모임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작가인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냈고, 줄리엣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통에서 만들어진 이 모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건지를 방문합니다.

 

 

북클럽에 퐁 빠져서 섬에 찾아간 줄리엣 (릴리 제임스)

 

 

 1941년, 독일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을 점령했고, 점령지에서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수탈하고 있었습니다. 대륙쪽에 가까이 붙어있는 작은 섬 건지도 독일군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가축들은 뺏기고 먹을만한 양식도 감자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건지 섬에는 독일군의 감시초소, 기지가 세워지고 있었고, 수많은 전쟁포로들이 강제로 노동에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점령군인 독일의 감시를 피해서 사람들은 고기를 숨겨놓았다가 모여서 나눠먹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서 즉석에서 핑계를 대서 만든 모임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었습니다.

 

 

시골 마을을 덮친 포악한 전쟁

 

 

 전쟁통에 먹을 게 감자밖에 없어서 밀가루도, 버터도 없이 감자와 감자껍질만 가지고, 그나마도 파이를 만들어서 먹는다는 배경은 전쟁이라는 가혹한 상황을 일부분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핑계김에 만들어낸 북클럽을 모임을 실제로 갖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럼에도 살아 나가는' 사람들의 긍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은 모여서 밥을 먹고 삶을 나눕니다.

 

 

 인간이란 참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 궁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것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서로 인사를 하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모여서 밥을 먹으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연결되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금 모여서 밥도 같이 먹지 못하는 이 질병이 사람으로서의 삶의 모습을 참 피폐하게 만드는구나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지같은 감자파이도 함께하면 먹을만 합니다.

 

 

 건지 섬에 내려간 줄리엣은 북클럽 멤버들과 친해져서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멤버들 중, 전쟁통에 실종된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북클럽의 창립멤버 중 한명이었지만,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하기를 꺼려하고 숨기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 전쟁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돌아보기


 건지 섬 북클럽 사람들와 줄리엣의 우정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엘리자베스와 관련된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면서 전쟁 속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바뀝니다.

 엘리자베스는 건지 섬의 주민이었지만 점령군으로 섬에 온 독일 병사와 사랑에 빠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당연히 적국의 병사를 사랑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막을 순 없잖아요.

 

 

독일군 병사와 사랑에 빠진 엘리자베스

 

 영화는 다른 사람을 도우려다 독일군에 붙잡히면서 가족과 연락이 끊긴 엘리자베스, 섬에 남게 된 그녀의 친구, 가족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건지 섬 사람들과 엘리자베스, 그녀의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가 전쟁의 슬픔, 안타까움을 조심스럽게 잘 살펴가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 신중하다고 느꼈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잘 전달한다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줄리엣은 부모님을 폭격으로 잃고, 그것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줄리엣이 집을 한 곳으로 정하지 못해서 돌아다니고, 약혼자를 따라 뉴욕으로 가려는 행동 또한 그런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라 처음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고 어느새 이야기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대신 사랑 이야기가 빈자리를 채웁니다.

 

 

 전쟁동안 삶의 터전을 점령당한 북클럽과 건지 섬 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상처에 대해서도 영화는 깊이 들여다 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물자는 모두 독일군들이 뺏어가고 먹을 것도 감자때기밖에 남아있지 않는 삶, 아이들만이라도 살기기 위해서 본토로 바삐 실어보내고 이산가족을 만들어버리는 전쟁의 모습들. 조용하고 평화롭던 해안가에 적군을 향해 대포를 쏘기 위한 진지가 구축되고 그것을 짓기 위해 강제로 동원된 전쟁 포로들의 참혹한 삶.

 이 모든 이야기들은 영화에 등장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사랑이야기에 가려져 깊이 바라보지는 않고 짧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저는 이런 영화의 표현은 깊이 있는 이야기보다는 대중성을 중요시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막 볼 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니 어느정도 납득이 되었습니다.

 

 

전쟁 쪽 이야기는 깊이 다루지는 않습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표현 수위가 세거나 감정이 세거나 이야기가 세지 않게 만들면서 충분히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비록 줄리엣의 사랑이야기가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정말, 사랑이야기만 가지고 감동을 주려는 스토리에 공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ㅠ 감정이 말랐나봐요 ;;

 

 

전쟁보다는 로맨스에 가깝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