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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영화, 2014): 거침없는 말빨, 유쾌한 웃음으로 녹여낸 젊은이들의 코미디

아뇨, 뚱인데요 2021. 5. 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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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Twenty, 2014)
감독: 이병헌
주연: 김우빈, 준호, 강하늘, 정소민

서비스: 넷플릭스

 

포스터가 약하다!

간단소개: 치호(김우빈), 동우(준호), 경재(강하늘)은 고등학교 때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다가 친해진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 명은 각자 다른 길로 가지만 여전히 같이 놀고 욕하며 떠든다. 셋의 인생 최대 관심사는 여자이지만, 주변의 모든 환경은 친구들이 '성공'하게 놓아두질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20살 나이는 어디에 속하기도 애매하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도 없습니다. 청소년은 아니고, 청년이라기엔 앳되고 젊은이라고 퉁치기엔 지나치에 쾌활하고 활발한 느낌입니다. 이런 20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이병헌 감독이 특유의 유쾌한 대사를 통해 그려낸 영화가 '스물'입니다. 이병헌 감독은 스물을 통해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하고, 2019년에
'극한직업'으로 만루홈런을 때리셨죠. 희대의 캐릭터 '테드창'을 포함해서 감독님의 대사빨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스물에서도 당연하게 이런 찰진 대사는 감동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다가옵니다.

 

전무후무 캐릭터 테드창

|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낸 20살 친구들의 이야기


 영화속 세 친구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우정을 이어온 유쾌한 돌아이들입니다. 치호(김우빈)은 집이 잘살아서 돈 걱정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백수입니다. 훤칠한 키와 외모 덕분에 이성으로 부터 쉽게 호감을 사지만, 머리에서 빠진 나사가 텅빈 머리 속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예측불허의 멍청이입니다.

 

훤칠한 외모에 속지 맙시다. 치호 (김우빈)

 경재(강하늘)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술, 수업, 정신못차리는 와중에 선배 진주(민효린)에게 빠져서 짝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실속없는 미담제조기 경재 (강하늘)

 동우(준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알바를 뛰면서 만화가를 준비하고 있구요. 내일 당장 쌀 사먹을 돈도 마땅치 않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경재의 동생 소희(이유비)가 자꾸 귀찮게 하네요.

만화보다 돈벌기 바쁜 동우 (준호)

 세 친구는 고등학생 때 소민(정소민)을 같이 좋아하다가 질긴 인연으로 엮여서 욕하면서 만나는 사이입니다. 세 멍청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여자'입니다. 어떻게든 여자랑 한 번 자보는 것이 지상과제인 이들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사고를 치면서 웃음을 선사합니다.

 

야이 C! 하지마! 같은 리액션이 절로 나옵니다. ㅠ

 이제 딱 고등학생이 끝나고 '성인'이 된 남자친구들에게서 당연히 볼 수 있는 생각의 흐름을 영화는 과장되고 코믹하게 묘사합니다. 성적인 호기심을 훌쩍 뛰어넘어 성적인 욕망이 마구 끓어오를 나이인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습에서 당황스러우면서 웃기고, 한편으로는 안타깝습니다.

 

구경하기도 부끄러운 사고만 골라치는 놈들 ㅠ 

 성적인 농담은 물론이고 세친구들은 서로에게 욕도 쎄게 박는 사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불편해 질 수도 있는 수준으로 선을 넘을랑 말랑 하는데요, 감독님이 영화 초반에 굉장히 선을 잘 그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설정과 함께 이들이 얼마나 서로를 깊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죠. 

 동우(준호)네 집안이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정작 당사자는 멀쩡한데 듣는 둘이 슬퍼해 주는 척을 하는 장면은 이런 분위기를 잘 드러내주는 좋은 장면인 것 같습니다. 인물의 성격이 쿨하고, 주눅들 생각이 없습니다. 셋이 서로의 약점마저 다 알고, 그걸 건드려도 악의가 없기에 웃고 떠들 수 있는 사이라는 것. 초반 장면들은 과감한 웃음을 만들기 위한 훌륭한 기초다지기였다고 느꼈습니다.

 

고등학생 장면을 특히 좋아합니다.

 

 

| 호감이 넘치는 배우들


 영화의 이야기는 희망차지는 않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은 훌륭하고 개성넘치는 연기로 영화를 잘 띄우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연배우 세명의 케미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중에서도 김우빈씨가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을 정말 잘 해주고 있습니다. 천방지축 망나니 연기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습니다. 심지어 팔다리도 길고 모델 외모에서 바보같은 성격이 나오니까 더 웃겨요.

 

아글쎄 도라이에요, 속지마세요.

 치호(김우빈)은 특유의 돌아이 정신으로 여자만나고 싶다고 뻣대다가 얼떨결에 배우일을 하고 있던 은혜와 엮입니다. 이게 말이 되냐 싶다가도 저 외모와 무대뽀 정신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경재(강하늘)는 선배인 진주(민효린)이 남자친구가 있는 줄 알면서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서 짝사랑을 이어갑니다. 진주의 차를 타고 바다까지 보러갔는데, 안타깝게도 순수한 마음이 지나쳐서 그냥 열심히 운전만 했네요.

 

오~ 좌식 순진한척 고순데~, 라는 표정입니다.

 제가 보기에 연기가 좋았던 배우는 경재의 동생 역할의 소희(이유비)입니다. 경재와 동우쪽의 이야기를 같이 풍부하게 하면서 서로의 다리가 되어주는, 중요한 조연입니다. 처음에는 와, 자연스럽네 정도였다가 볼수록 들이대는 연기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한쪽에게는 친동생, 한쪽에게는 들이대는 역할

 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데요, 유일하게 튀는 쪽이 진주(민효린)이었습니다. 외모는 뭐, 말할 것 없죠. 민효린인데요. 근데 경재의 이상형 속 '선배'라는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주기 위해서인지 대사가 굉장히 어색합니다. 감독님이 일부러 그렇게 디렉팅을 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ㅠ

 

이쪽도 카메라만 돌리면 광고인데 ㅠ

| 어쩌다가 해결되고, 어쩌다가 실패하고


 20살 어린 청년들의 이야기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고 능력도 만들어가는 단계이니까, 실패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하지만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부분에서는 생뚱맞고 어색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짝사랑하던 선배에게 차인 경재의 이야기는 감정적인 흐름이 생뚱맞구요, 경제적 어려움에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는 동우(준호)는 로또맞은 듯이 일이 한방에 풀려버리죠. 마지막 대환장 난장판 격투장면에서도 웃긴 감정과 허탈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클라이막스라는 느낌보다는 '쟤네 왜저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뒤에 정소민씨 표정이 ㅠㅠ 관객 표정입니다.

 그럼에도 스물의 저는 스물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했던 만화를 포기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도, '슬퍼야 되는데, 눈물이 안난다, 애매하다'라고 말하는 정도로 그칩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처지에 대해 과하게 불쌍하게 여긴다거나 절망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들 힘들고 안타까운 처지이지만 꽤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영화와 감독의 시선을 볼 수 있어서 좋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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