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풀 몬티 (영화, 1997): 자조와 희망을 섞어마시는 소맥같은 영국 코미디

아뇨, 뚱인데요 2021. 5. 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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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몬티 (The Full Monty, 1997)
감독: 피터 카타네오
주연: 로버트 칼라일, 마크 애디
서비스: 시리즈온

 

 

직업도, 돈도, 속옷도 없...;;

 

 

간단소개: 영국의 철강공업도시의 노동자 가즈는 제철소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되어 직업소개소를 전전한다. 수입이 없어 아들의 양육권까지 빼앗길 처지가 되자 가즈는 친구인 데이브와 멤버들을 모아 남성 스트립쇼를 해보려고 한다.

 이 영화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때는 저는 한참 어렸습니다. IMF가 대단히 위험하고 무서운 분위기라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정확히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지 몰랐습니다. 풀 몬티는 그 당시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면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랬구요. 꿀꿀하던 차에 씁슬한 영국 개그작을 보고 싶어서 다시 한번 꺼내보았습니다.

 

 

20년이 지나도 신선한 토마토
메타 관객 평점이 이렇게 좋다니

 

 

제작비: 3백 5십만 달러
미국수익: 4천 6백만 달러
세계수익: 2억 5천만 달러


영화의 완성도, 공감대는 제작비와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 스스로를 비웃는 영국식 코미디


 많은 코미디가 다른 사람을 희화화하고, 비웃으며 깎아내리는 식으로 웃음을 만든다면, 풀 몬티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만듭니다.

 주인공 가즈는 제철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해고를 당한 노동자 중 한명입니다. 어떻게든 푼돈이라도 벌어야겠다 싶어서 망한 제철소에서 남은 철 훔쳐다가 팔려고 합니다. 그것도 무슨 자랑이라고 어린 아들까지 옆에 데리고 다니면서 그러고 있네요.

 

 

아들이랑 하는게 도둑질 ㅠ

 

 

 직업도 없고 수입도 없는 가즈는 전 부인에게 아들의 양육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우연찮게 남자 댄서들이 돈을 버는 모습을 본 가즈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모아서 스트립 공연으로 돈을 벌어보려고 합니다. 딱히 쓸만한 일자리도 없고, 가진 기술도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인거죠.

 

 

어디 써주는 곳이 없으니 하는 느낌

 

 

 가즈와 데이브의 모습을 보면 절망적인 상황인데, 그 와중에 웃기고, 익살맞습니다. 비웃을 상대가 자기밖에 없으니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웃음을 찾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길가에 세워진 고장난 차를 친절하게 고쳐줬는데, 알고보니 차주인이 배기가스로 세상 뜨려던 것을 도와준 상황같은 경우입니다. (결국 바보같은 짓 못하게 막기는 해요 ㅎㅎ)

 

 

저세상 가려는 걸 친절하게 도와주는 셈

 

 

 가즈와 데이브는 전 직장의 상사까지 꼬셔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합니다. 상사였던 제럴드는 심지어 아내에게 해고당했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상태여서 돈이 궁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간절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떻게든 돈은 벌어야 하니까 오디션까지 봐가면서 삐걱거리는 몸으로 멤버들을 모으죠.

 

 

가챠에서 대박을 뽑기도 합니다.

 

 

 저는 '만약 내가 당장 잘린다면'같은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누구나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대한 걱정은 있기 마련이죠. 절망적인 상황은 결코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페이소스, 흔히 말하는 고통에 대한 공감대를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와중에 살짝씩 삐끗하는 모습을 섞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기가 막히구요.

 초반에 제일 좋았던 장면이면서, 유명한 장면이, 실업급여를 타려는듯 줄을 서서 기다리는 멤버들의 모습입니다. 기다리는 와중에 연습했던 곡이 라디오에서 나오니까, 자기도 모르게 춤이 슬금슬금 나옵니다. 보다보면 웃기지만 처연하고 짠해지는 이 장면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얼마나 진심이고 열심인지 알려주는 좋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youtu.be/H4wuH9pS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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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도, 환희도 없지만 공감으로 위로가 되어주는 이야기


 가즈는 아들에게까지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합니다. 체력도 단련하고, 춤연습도 하고, 장소섭외, 리허설까지 하죠. 하기로 한 만큼 차근차근 다 갖춰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축구로 비교하니 찰떡같이 알아들음;;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외부의 방해가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의 마음이었습니다. 제럴드는 해고당한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다가 걸리고 맙니다. 누구는 살쪄서, 누구는 늙어서, 몸이 말을 안들어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영화는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캐릭터를 공격한다거나 크게 절망에 빠뜨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기쁨도 그렇고 고생도 그렇고 감정의 폭이 과하게 크지 않으면서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몰려 다니는 모습이 참 잘어울려요.

 

 

 그런 면에서 제가 제일 공감이 많이 가는 장면이 데이브가 살빼려고 하는 장면입니다. 옷을 벗는 공연을 하려는 데이브에게 제일 힘든 것은 자기 뱃살입니다. 아무도 이 배를 보고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때문이죠.


 어떻게든 살은 빼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이브는 아내에게는 들키지 않으려 숨어서 뱃살에 랩을 둘둘 감습니다. 그와중에 배는 고프니까 초코바를 하나 까먹으면서요. 개인적인 경험까지 겹쳐지면서 참 처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내에게 들킬까봐 숨어서 ㅠ

 

 

 리허설을 하다가 경찰에 걸려버린 우리의 댄서들은 이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습니다. 경찰서에까지 와서 CCTV를 보며 니가 틀렸네 맞았네 하는 모습을 보면 관객도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경찰서에 갔다와서 지역신문에도 실리고 가즈와 친구들은 유명인사가 되어버립니다. 이제 자기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일어나서 공연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갑니다.

 

| 편견없는 메시지들 


 이번에 다시 작품을 보다보니 20년도 전에 쓰여진 작품임에도 굉장히 편견없는 장면들에 놀랐습니다. 주인공들 중에서는 서로 사귀게 되는 동성 커플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주인공들이 옷을 벗고 공연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몸이 안좋다고 비웃을 지언정 그것에 대해 나쁘다 좋다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편견은 없지만, 저는 안 볼 겁니다;;;

 

 

 가즈는 공연을 준비하고 가는 곳마다 아들을 데리고 다닙니다. 가즈가 공연을 해야만 하는 동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가즈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얼마든지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내주는 것 같았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기를 살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가만히 옆에 있어만 주는 것으로 위로를 주는 방법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명작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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